天道是非[천도시비] 《사기》 〈백이열전(伯夷列傳)〉

 天 : 하늘 천 道 : 길 도 是 : 옳을 시 非 : 아닐 비

※天道 是耶 非耶(천도 시야 비야)의 줄임말
천도가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풀이: 천도가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선을 행하면 복을 받고 악을 행하면 화를 받는 것을 天道(천도)라고 하는데, 세상의 실상은 반드시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고 疑心(의심)하여 원망하는 말.

◯구조 어휘풀이
天道∥是耶? 非耶?
•天道(천도): 천도 (주어) 하늘이 낸 도리나 법, “천도는 선하면 복을, 못된 사람에게는 재앙(災殃)이 옴 (天道 福善而禍淫천도 복선이화음)”
•是耶(시야): 옳은 것인가? 耶는 ~가? (반문어기)
•非耶(비야): 그른 것인가? 耶는 ~가? (반문어기)
※상서 탕고편에 나오는 말이다. 사마천이 세상에 반문하고 스스로 되물어 답을 제시한다.

◇출전인물: 사마천(司馬遷)

명나라 때의 백과사전 삼재도회(三才圖會)에 실린 사마천의 모습.

사마천은 자신과 백이숙제 안연은 모두 천도에 순응했고 도척은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천도를 거스르는 사람으로 보았다. 그런데 오히려 천도에 순응하며 착실한 사람에게 벌을 가하고 그렇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천수를 누리며 행복하게 사는 현실을 비판했다. 말하자면 세상을 올곧게 사는 사람에게는 고난을 주고, 세상을 그릇되게 사는 사람도 벌을 받지 않는 것을 보면서 과연 하늘의 뜻이 옳은(是)가? 그른(非) 것인가? 하고 한탄하며 열전 첫머리에 글로서 서운함을 표했다.

지금에 와서 본다면 사마천의 당시 현실은 서운함이 말로는 표현을 다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후세인들이 평가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 사마천은 역사의 성인(聖人) 즉. 사성(史聖) 으로 추대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일부 학자들은 이미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

◯유래: 한(漢)나라 무제(武帝) 때, 사마천(司馬遷)은 태사령(太史令)이었다. 당시, 이릉(李陵)이 5천의 군사로 흉노와 대적하다 포로가 되었다. 이를 두고 무제와 조정의 백관들이 이릉을 비난하였다. 그러나 사마천 혼자 이릉을 비호하였다. 이것이 무제의 비위를 건드려 억울하게 궁형(宮刑)을 당하였다. 정당한 일을 정당하게 주장하다 형을 받은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여, 사마천은 《사기(史記)》 〈열전편(列傳篇)〉 '백이숙제열전(伯夷叔齊列傳)'에서 천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천도는 공평무사하여 언제나 착한 사람의 편을 든다.' 그렇다면 백이숙제와 같은 사람을 착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들은 인과 덕을 쌓고 청렴 고결하게 살다가 굶어 죽었다.
그리고 공자는 칠십 제자 중에 오직 안회(顔回)만을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추상(推賞)하였다. 그러나 그는 가끔 뒤주가 비어 있었으며, 지게미나 쌀겨도 배불리 먹지 못하다가 끝내 요절(夭折)하였다. 하늘은 착한 사람에게 보답한다는데, 이것은 도대체 어찌된 셈인가? 한편 도척(盜跖)은 날마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사람의 간을 회치는 등, 포악 방자하여 수천 사람의 도당을 모아 천하를 횡행하였지만 천수를 누렸다. 그렇다면 그가 도대체 어떤 덕행을 쌓았단 말인가?

이러한 것들은 가장 현저한 예라 하겠지만, 근세에 이르러서도 소행이 도를 벗어나 오로지 악행만을 저지르는데 종신토록 일락(逸樂)하고 부귀가 자손대대로 끊이지 않는다. 이와 달리 정당한 땅을 골라서 딛고 정당한 발언을 해야 할 때만 말을 하며 항상 큰길을 걸으며 공명정대(公明正大)한 이유가 없으면 발분(發憤)하지 않고, 시종 근직(謹直)하게 행동하면서도 오히려 재화를 당하는 예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래서 나는 의심한다. 천도는 과연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고사성어 출처

◯원문
或曰(혹왈)：
어떤 사람은 말하였다.

「天道無親(천도무친)，常與善人(상여선인)。」
“하늘의 도는 사사로움이 없고 언제나 선한 사람 편을 든다.”
-(天道無親(천도무친)，常與善人(상여선인). : 노자 도덕경 79장(任契)에 나오는 말이다.
“큰 원한은 풀어도 앙금이 남으니 큰 원한을 푼다고 어찌 선이 되겠는가. 성인은 빚 문서를 지니고 있을 뿐 빚 독촉을 하지 않는다. 덕이 있으면 빚은 저절로 갚아지고, 덕이 없으면 빚을 억지로 받아 낸다. 하늘의 도에는 사사로움이 없고, 언제나 선한 사람 편에 선다.
-無親(무친): 사사로움이 없음.

若伯夷(약백이)、叔齊(숙제)，可謂善人者非邪(가위선인자비야)？
그렇다면 백이와 숙제와 같은 사람은 선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는가?

積仁絜行如此而餓死(적인결행여차이아사)！
인과 덕을 쌓고 고결한 행동을 했는데도 이와 같이 굶어죽었도다!
-積仁絜行(적인결행) : 인과 덕을 쌓고 고결한 행동을 한다. 絜은 깨끗할 ‘결’로 潔과 같다. 혈로 읽을 때는 헤아릴 ‘혈’이다.

且七十子之徒(차칠십자지도)，仲尼獨薦顏淵為好學(중니독천안연위호학)。
또 칠십 제자 중에서 공자는 유독 안연만이 학문하기를 좋아한다고 추천하였다.
-七十子(칠십자) : 사마천 사기 중니제자열전에 공자가 “내 제자로서 학업에 힘써 육예(六藝)에 통한 자는 77명이다.”라고 말하였다고 기술하였다.
顏淵(안연) : 안회(顔回, 기원전 521년? ~ 기원전 491년?). 중국 춘추시대 노나라 사람으로, 공자의 제자이다. 자는 자연(子淵)이다.

然回也屢空(연회야루공)，糟糠不厭(조강불염)， 而卒蚤夭(이졸조요)。
그러나 안연은 늘 가난하여 지게미와 쌀겨도 싫어하지 않았는데 끝내 요절하고 말았다.
-屢空(누공) : 어려운 처지. 空은 궁곤(窮困)함.
-糟糠(조강)：지게미와 쌀겨.
-不厭(불염) : 싫어하지 않다. 배부르게 먹지 못함.
-卒蚤夭(졸조요) : 끝내 요절하였다. 蚤(벼룩 조)는 早와 통하여 요절(夭折)함의 뜻. 안연은 29세에 머리가 하얗게 되었고 32세에 삶을 마쳤다.

天之報施善人(천지보시선인)，其何如哉(기하여재)？
하늘이 선한 사람에게 은혜를 갚는다면 어찌 이럴 수 가 있는가?

-盜蹠日殺不辜(도척일살불고) 肝人之肉(간인지육)
도척은 날마다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사람의 간을 회쳐먹고
-盜蹠(도척) : 도둑의 이름. 황제(黃帝) 때의 대도(大盜)라고도 하며, 진(秦)나라 때의 대도라고도 한다.
-肝人之肉(간인지육)：사람의 간으로 회를 쳐서 먹음. 장자(莊子) 도척(盜跖)에는 ‘사람의 간으로 회를 쳐서 그것을 간식으로 먹는다.(膾人肝而餔之).’라고 하였다.

暴戾恣睢(폭려자휴)， 聚黨數千人橫行天下(취당수천인횡행천하)，
포악한 짓을 멋대로 저지르고 수천 명의 무리를 모아 천하를 횡행하였지만
-暴戾(폭려) : 난폭하다. 포악하다.
-恣睢(자휴) : 방자한 모양. 제멋대로 행동하는 모양. 睢는 부릅떠 볼 ‘휴’.

竟以壽終(경이수종)。 是遵何德哉(시준하덕재)？
결국 제 수명을 마치었다. 이런 것은 무슨 덕을 따른 것인가?

此其尤大彰明較著者也(차기우대창명교저자야)。
이것들은 아주 명백하게 드러난 예들이다.
-彰明較著(창명교저) : 매우 명백하다. 아주 뚜렷하다.

若至近世(약지근세)，操行不軌(조행불궤)，
그렇다면 근세에 이르러서도 그 품행이 도를 벗어나고
-操行(조행) : 품행. 몸가짐.

專犯忌諱(전범기휘)，而終身逸樂(이종신일락)，
오로지 남들이 꺼리는 일을 범하고서도 평생토록 즐겁게 살고,
-忌諱(기휘) : 기피하다. 꺼리다.

富厚累世不絕(부후루세부절)。
부귀가 대대로 이어져 끊이지 않는 자들이 있다.

或擇地而蹈之(혹택지이도지)， 時然後出言(시연후출언)，
어떤 사람은 땅을 골라서 밟고 때맞추어 말을 하고

行不由徑(행불유경) 非公正不發憤(비공정불발분)，
지름길을 거치지 않고 공정하지 않으면 분을 터뜨리지 않았는데도
-行不由徑(행불유경) : 지름길을 거치지 않는다. 徑은 지름길(좁은 길)로 옳지 못한 길(邪路)를 말한다.

而遇禍災者(이우화재자)，不可勝數也(불가승수야)。
재앙을 만나게 되는 사람은 가히 그 수효를 셀 수가 없다.

余甚惑焉(여심혹언)，
나는 심히 당혹스러우니
儻所謂天道(당소위천도)，是邪非邪(시야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