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쿠에도 처서가 있나?(2024.. 9. 6)

아침 저녁 시원한 바람, 사막성 기후라 건조 고온 날씨가 여행엔 도움이 안된다. 그래도 입 비틀어진 모기가 날개 짓도 못한다니 기대를 걸어 본다. 텅빈 분수광장을 산보해 보니 엊저녁 부산떨던 그 많던 청년들은 여태 깊은 잠에 빠져 자취도 없고 쓰레기, 비들기가 주인이다. 비들기 모이 주는 선량한 주민 주변은 아침 얻어먹는 그들의 구구 답례 울림 소리가 청량하다.

역시 산유국이라 주요 도로를 따라 송유관이줄지어 달린다. 바쿠 - 트빌리시- 바투미에 이르는 주송유관은 카스피해 생산 원유를 흑해로 운반하여 지중해를 통해 세계 각지로 운송하는 핵심 공급루트며 이 나라 경제를 살리는 젖줄이다. 지방도로는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사막 가운데를 가로 질러 목적지로 연결해주니 옛날 대상들이 낙타 타고 모래 먼지 뒤집어 쓰며 타박 타박 걷던 길이 아닌가 한다.

실크로드 서쪽 종말에 가까운 이 길은 온통 회색 모래 빛 일색으로 희뿌연 열사의 조악한 환경이고 소음 빼놓고 고운 소리 한가락 들리지 않는 절막한 길이다. 결국 이 길은 옛 오아시스 도시에 이르게 되어야 비로소 달림을 멈출 것이다.

바쿠에서 서부 산악지대로 350km, 6시간  달려 세키, 실크로드 대상들 휴게소가 있었으니 큰 규모의 오아시스 였으리라. 서울 - 대구 거리를 두배의 시간 동안 달리니 통행량도 극히 적은 길에 중속 운행 버스로다. 점심은 간이 정류장, 식당시설도 간편한 편의식, 마지 못해 요기거리로 때우고 통과한다.

예정보다 빨리 목적지, 세키에 도착, 해발 630미터 준산악지대, 작은 시골이라 어디서나 코카사스 준령들이 늠름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제부터 저지대를 졸업하고 자연이 살아 숨쉬는 거대한 신화의 세계로 들어간다. 프로메테우스신은 불 관리하는 신, 인간에게 영원한 불씨를 주었다하여 코카사스 산꼭대기에 갖히고 독수리에 간이 쪼이는 형벌을 받았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옛 이야기 현장이 바로 이곳이다. 조지아 시그나기에서 그 봉을 볼 수 있겠지만 오늘부터 그 영역에 들어서니 마음이 정숙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