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旦의 메스티아 트레킹 - 3차 구간

아디시 - 이프라리 18km, 해발 2,713m 고개까지 오르막 연속, 이어지는 내리막, 그러하고도 평지 6km 걷기, 세계 트레킹 매니어가 애호하는 코스, 오전 오후 비 예보로 걸음이 무겁다. 시즌 말기 공휴일 인데도 겨우 트레커 60여명이 띠엄 띠엄, 한가한게 미덕이다. 예로부터 구도자들은 사막과 숲속을 걸으며 인생의 참된 의미와 우주의 숨겨진 비밀을 찾아냈다고 한다.

좁은 나를 버리고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서 그들은 길을 떠났다. 길은 내면의 소리를 경청하는 공간이었고 그 내면의 소리를 듣기 위해 구도자들은 걷고 또 걸었다. 나도그들 흉내를 내보려 하루 종일 생각을 뒤척이며 고산지대 뒤안길을 걷고 있다.

아침 이른 시각 길 나서자 평탄하게 강을 낀 사잇길 걷기가 시간 반 쯤 이어진다. 이웃한 만년 된 빙하에서 시작한 강물은 상쾌한 아침 찬가를 흘려 보내고 하상 일부를 힘차게 흘러 주변에 생기가 넘친다. 이윽고 도강지점에 도착, 승마 도강을 예상했으나 대부분 등반자들이 무릎에 미달하는 폭 10m 정도의 강물을 신발 벗고 건너고 있다. 우리도 주저없이 신을 벗고 바지 걷어부치고 빙하 녹은 찬물에 덤벙 뛰어들었다. 차가운 빙하 녹은 물에 대한 이질감이 금세 사라지고 물길이 얕은 내천을 골라 쉽게 건넸다. 다시 큰 산을 오르며 선명한 자태를 드러내는 빙하를 보니 극지방에 발을 딛는 것 같이 신선한 자태가 눈 앞에 버티고 있다.

많은 지우들 기도 덕분에 다행히 예보가 빗나가 약간 어렵다는 코스 답사를 젖지않고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급경사 오르막은 설악산 백담사 계곡, 내리막 초원길은 한라산 백록담 - 성판악 내리막, 마무리 걷는 길은 지리산 뱀사골 긴 계곡을 옮겨 놓은 듯 눈과 발만 동조한다면 한국 국토순례를 이곳 조지아에서 재현하는 기분이다. 고지대에 오르니 예상치 못했던 가벼운 고산증세가 느껴졌으나 천천히 쉬어가며 오르니 오히려 주변 관찰 틈새가 더 늘어나 안정 속에 트레킹을 마쳤다. 6년 전 오늘 돌로미테를 걷다가 비슷한 증세가 스쳐갔던 상황을 반추하는 기억 되살리기도 선물로 얻었다.

메스티아 트레킹 기간 중 숙소는 게스트 하우스, 나흘 트레킹 중 날마다 머무르는 장소가 바뀌니 하루씩 머무는 숙소는 간이역이 되고 있다. 깊은 산골 마을이니 30여 세대가 생업으로 영위하는 소수의 숙소는 주인과 하루 식구로 지내며 잠자리, 저녁, 아침, 점심까지 하루 생활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우리 모두는 산티아고 순례 유경험자들이라 쉽게 알베르게와 비교해 만족감이 평균을 넘는다. 편한 시설이 기본인 호텔, 리조트, B&B 등을 이용하다 산골짝 숙소문화가 다소 어색해도 그들의 친절한고 순진한 모습에 불평이 잠재워진다. 남은 여정 숙소도 대동소이 하리라 믿으며 걷기에 중점 둔 나들이에서 각자 스스로 주는 완주 메달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