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사스 들여다 보기 마라톤은 절반을 달려 이제 반환점을 무사히 돌았다. 무거운 배낭을 달팽이처럼 지고 다니며 부지런히 발길을 옮긴 덕에 유럽 최고봉이 위치한 북부 산악지대에서 신의 이야기를 듣고 보며 잠시 그들 세계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한지 30여 년, 국토에 비해 인구도 자그마한 조지아 산골에는 아직 얄팍한 상업 마인드가 배어 있지 않아, 그들만의 순수성이 더 가치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과잉 친절이 넘치는 것도 아니라 어쩌면 한번쯤 돌아가 보고 싶은 70년대 우리 시골 장터처럼 무던함에 일말의 향수마저 쳐오른다.

오늘은 하루 종일 세번 차를 바꿔타고 쿠타이시라는 조지아 제2의 도시로 이동했다. 해발 2,100m 유럽에서 제일 높은 마을 우쉬굴리를 일찍 떠나 나흘 동안 걷는 트레킹을 떠났던 메스티아로 1시간 만에 귀환하니 허무하기도 했다. 맡겨 놓았던 크고 무게가 제법 나가는 배낭을 찾아 다시 둘러메고 주그디디로, 또 차를 바꿔 타고 해발 60m의 평지에 내리니 어깨가 더 무거워지는 것 같다.
역사성 깊은 도시, 기원전부터 흑해에 접한 조지아 서부지역 패권 다툼에서 소수 왕도로 반복하여 번영을 누렸던 곳이고 종교적 색채도 강한 곳이다. 아직 쿠타이시의 전모를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아마 우리 부여나 경주 쯤 작지만 옛향이 깊은 도시라고 느껴진다. 상주 인구 15만명, 소도시지만 뿌리 깊은 자경심이 강한 도시라 느껴진다.

조지아는 자동차 생산국이 아니지만 도심지역에는 편리한 교통수단으로 온갖 종류의 차들이 넘쳐난다. 바짝이는 벤츠, 도요다, 현대, 기아차 등 신형 승용차, 고물이 다 되어 폐차 직전의 고물차도 버젓이 돌아 다니고 있어 자동차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승용차로는 자가용, 택시, 밴, 미니 버스, 대형버스, 2층 버스 등 종류도 다양하며 육상운송이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내륙국이라서 화물차도 대형 컨테이너, 유조차, 건설용 중장비 차량도 길에 나와 도로는 정체가 그칠 새가 없다. 북적이는 도로는 차량 통행이 우선, 그 다음이 소, 개, 사람은 그 다음 순위가 되지만 별 사고없이 돌아가고 있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해발 2,000m 고산지대 트레킹을 즐기며 간혹 힘들 때도 있었지만 순간을 넘기니 앞이 훤하게 트이는 경험을 수차례 겪었다. 이해인 수녀님이 어렵지만 희망을 간직한 그녀의 길을 가며 아름다운 싯구로 공감대를 형성한 시가 있어 옮겨 본다.

아무래도 혼자서는 숨이 찬 세월
가는 길 마음 길 둘 다 좁아서
발걸음이 생각보단 무척 더디네
갈수록 힘에 겨워 내가 무거워
어느 숲에 머물다가 내가 찾은 새
무늬 고운 새를 이고 먼 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