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타이시는 역사가 살아 움직이는 현장이다. 조지아 정교회 대성당은 11세기 바그라트왕이 높은 언덕 위에 세워 그 거대한 규모가 당시 화려했던 서부 조지아 왕국의 위상을 한 마디로 설명해 주고 있다.

종교적 유물을 철저히 방치했던 소련방 시절의 파괴 유물을 독립하자 마자 복구하기 시작하여 최근 원상 회복해 UNESCO보존 문화재로 등재, 이제 세계인들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어렵게 주어진 독립 초기 과제가 역사적 문화재 복구, 더구나 버려진 종교시설의 복구였다는 데서 두터운 국민들의 신앙심을 읽을 수 있다. 대성당 내부에 들면 수 많은 국보급 이콘이 빛을 발하고 대형 원형 돔을 통한 채광이 조화를 이뤄 경건한 성전이 되고 있다.

시내에서 9km 정도 교외로 나가 나즈막한 산 중턱에는 젤라티 성모기념 성당과 신학자를 양성했다는 수도원이 위치해 조지아 정교회의 성지처럼 국민들 영혼의 안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이 시설도 오랜 기간 손을 대지 못하다가 독립 후 곧바로 재건하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본 모습을 되찾는데 국민들 성원이 모아진 현장으로 칭찬받는 역사물이 되고 있다.

어제까지 고산지대 걷기로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지친 몸이 편한 일정과 여유있는 문화재 관람으로 회복되니 남은 코카사스 엿보기 후반 일정에 힘이 난다. 오후에는 시내 배회 하기, 쿠타이시는 도처에 도로공사, 공원시설 보수공사, 주거시설 리모델링 등으로 분주한 변신중이다.

시내 중심부를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아름다운 관광지로 격상, 여러 다리를 건설하며 신종 볼거리도 늘어나고 있다. 화이트 다리에는 모자를 씌워주는고정된 소년상이 시민들 발길을 멈추게 하고, 명색뿐인 미니 케이블카는 찾는 이가 적어 호기심 유발에는 실패작이다.

남대문 시장처럼 셀 수 없이 많은 식품 원재료 점포들로 가득찬 시장은 한가해 지나치는 구매자 시선끌기에 바쁘다. 시간도 마음도 여유가 넘치는 노동들도 기웃거리는 완보 지속, 드디어 저녁을 완전 한국식으로 만들자는 의견에 합의하여 갑자기 손들이 바빠졌다.

제주 쉐프의 암팡진 장보기는 계속되어 보따리가 자꾸 늘어나 한끼에 다 소화시킬 분량이 넘치지만 활기 넘친 그의 손길을 막을 자 어디에도 없다. 호텔로 돌아오자 바로 시작한 만찬 준비에 모두 달려들어 거드니, 부엌은 이제 떠들석한 잔치집 마당이 되고 말았다.

이윽고 시작된 만찬은 타국 기분이 한점도 남아있지 않은 우리들 세상, 구수한 된장국, 양념이 잘 밴 불고기, 톳밥, 상추쌈, 오이 토마토 무침, 거기에 포도주 한병이 첨가되니 왕실 접대자리가 부럽지 않다. 이렇게 쿠타이시의 코리안 나이트는 포식자의 트림 속에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