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旦의 조지아 - 제 20신(24. 9. 27)

조지아에 머무는 20일 동안 개발이 한창 진행중이던 시절로 되돌아가 교통 혼잡, 환경 무신경, 소음 공해 속에 파묻혀 살았던 벗어나고 싶던 도심에 던져진 것 같기도하고, 손때 묻지 않은 태고적 자연으로 돌아가 그 순수성, 청정향에 흠벅 젖어 탈문화의 여유를 만끽하기도 했다.

호오가 있긴하지만 그런대로 정도 들고 애잔하기도 한 간직하고 싶은 날들이었다. 마지막 일정은 수도권 교외 역사 문화 탐방을 위해 하루관광용 미니버스를 타고 세군데를 10시간 동안 편하게 졸아가며 순회했다.

1시간 쯤 달려 멈춘 첫 기착지는 고리 동쪽 8km지점의 우프리스찌혜(Uplistsikhe), 쿠라 강 유역에 위치한 고대 동굴 거주 유적이다. 기원전 3,000년 청동기 시대부터 AD13세기까지 사람이 살았던 고대 집단 생활 유적지로 바위 언덕의 동굴 사원, 건축물, 집터 등의 유적인데 조지아가 기독교를 받아들이기 전 가장 중요한 정치, 종교의 중심지였다.

유사시대부터는 사상과 실정을 글로 적어 남겼으나 그 보다 앞선 청동기시대 삶의 뚜렸한 흔적이라 의미가 깊다. 발견 후 관람객을 위해 너무 손을 많이 대어 가치가 보존되지 못한 점에는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웃에 있는 성역화된 스타린 고향땅은 그저 지나치는 선전물이다.

이어 도착한 므츠헤타는 구 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고대 조지아 이베리아(Iberia)왕국의 수도이다. 우리 수도권의 양수리, 혹은 두물머리라고 불리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하는 지점같이 트빌리시 북쪽 20km, 아라그비 강(Aragvi)과 쿠라 강(Kura)이 합류하는 곳에 위치한 그림 같은 마을이다. 조지아에서 가장 큰 성당 건출물인 스베티쯔코벨리 대성당의 정교한 건축은 가치 있는 예술품이다.

스베티쯔코벨리는 ‘생명을 주는 기둥’이라는 의미로 7번째 기둥이 빛과 향기가 나고 병을 고쳐주는 신통력이 있다는 전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조지아를 기독교로 개종시킨 성 니노의 조언으로 미리안 왕이 11세기 기독교 국교화를 기념하여 세운 성당이며, 수 세기 동안 조지아 왕들이 대관식을 올리고, 여러 왕들의 무덤도 있다.

므츠헤타에서 남서 방향으로 산 정상에는 조지아인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성당인 즈바리 성당이 있다. ‘즈바리’는 성 십자가를 의미하고, 4세기 초 성 니노와 조지아 최초의 기독교 왕인 미리안이 함께 커다란 나무 십자가를 세웠던 자리에 세워진 성당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곳이다. 시간이 늦어 내부는 보지 못하고 아라그비 강과 쿠라 강이 만나는 아름다운 므쓰헤타 전경 조망으로 만족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