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旦의 아르메니아 - 제1신('24. 9. 29)

신의 나라 아르메니아에 첫발을 딛다. 세상 어느 국가보다 먼저 가톨릭을 국교로 정했고 정통 신앙만을 고집하는 정교회의 본산, 국토 가는 곳마다 신에 가까이 접촉할 수 있다는 영성의 천국이다. 조지아에서 육로를 통해 입국한 소감은 아직도 여름 냄새가 가득하고 고산 준령을 잘 가꾸어 잘 살아보려고 애쓰는 고장, 안정과 도약이 기대되는 곳이 틀림 없어 보인다. 그들이 믿고 따르는 신들의 애정어린 손길이 더 보살펴 지기 바란다.

아침 티블리시발 예레반행 9인승 미니밴은 승객 정원이 차자 즉시 출발하여 시가지를 벗어났다. 가을색 점령지가 늘어 가며 사기가 죽어버리는 초원을 뒤로하고 국경 까지 한 시간 여만에 도착, 출국과 동시에 다리 하나 건너가 입국 수속이 지체없이 진행된다. 여권만 들고 가면 만사오케인 카나다와 미국 국경선을 넘는 것처럼 홀가분한 이웃 나들이 경험이다. 이어서 달린 4시간은 소코카사스 산맥군이 연장되어 새로운 나라에 가는 호기심 보다는 나라가 다르니 무엇이라도 다를까 꼬집어 보려는 눈치 재기에 여념이 없다.

해발 고도 2,400m까지 오르다가 내리기를 수 차례 반복하는 고산 구릉지대는 고속도로와 철도에 넓은 길을 내주고도 경작지가 빈틈 없이 펼쳐지고 있어 부지런한 주민들 노고에 생경감이 느껴진다. 경사지가 태반이라 경작 공간을 거의 볼 수 없었던 조지아와 비교되는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예레반 들머리에서 일별한 산뜻한 도시 외양은 유럽 어느 도시와 다르지 않다. 아르메니아 총인구 3백만의 1/3인 1백만 명이 모여 사는 과밀 지역, 차량 홍수로 정체가 반복되니 도심지 일상에 다시 빠지겠구나 하는 체념이 앞선다. 국토 면적이 우리나라 반 정도지만 2,800년 전에 도시화가 이뤄져 최고 기록을 보유 중인 고도이니 역사의 날개 짓도, 집적된 문화의 향도 느껴보리다.

5일 머무를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아파트 형태의 주거시설에 입주해 최단기간 예레반 시민이 되었다. 짐 풀기도 전에 식재료 쇼핑, 모든게 다 있어 쉐프의 솜씨가 춤을 춘다. 완전히 한국식 저녁, 냄새가 벌써 귀국해 집에 앉아 식구들과 자리하고 있는듯 완벽한 차림, 포도주 한잔의 치어럽은 신들과 함께, 아르메니아 첫 밤이 고요하게 찾아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