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旦의 우즈베키스탄 - 제3신

맥아더 원수가 70세에 한국전 총사령관으로 참전하며 새무엘 얼만의 청춘이란 시를 매일 읽었다는 얘기는 일상 나이를 되뇌이던 우리에게 신선한 파장을 던져준다. 그는 청춘을 신체적 구분이 아니라 신통하게도 마음가짐으로 가름한다. 외관상 표상은 허울일 뿐이고 감정과 의지가 판단을 가름하는 척도라고 항변한다. 정말 나이는 아무 것도 아니고 신체적 변화도 심각한게 아니라면 얼마나 좋을까? 여기 그의 넋두리를 적어 본다.

청춘은 인생의 어떤 시절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이다.
그것은 장미빛 볼, 붉은 입술,
그리고 유연한 관절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의지와 상상력의 우수성,
감성적 활력의 문제이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의 신선함이다.
청춘은 욕망의 소심함을 넘는 용기와 타고난 우월감과 안이를 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청춘은 때때로 이십세의 청년보다
칠십세의 노인에게 아름답게 존재한다.
단지 연령의 숫자로 늙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늘 아침 타슈겐트역 발 고속 열차에 몸을 싣고 사마르칸트로 이동했다. 305km, 서울 ~ 대구 거리를 4시간만에 주파, 준고속 열차인 셈이다. 다행히 조용한 열차 안에서도 wifi가 정상 작동하여 편한 인터넷 작동이 가능했음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조용한 아침의 도시, 이슬람 사원의 둥근 돔 건물이 시내에 부드러운 선율을 선사해 마음도 눈길도 편안한 도시이다. 고구려 광개토대왕처럼 지배력을 넓힌 14세기 티무르제국의 수도였다. 인구 38만 명으로 중앙 아시아 제2의 도시, 실크로드의 심장, 동방의 낙원이라 불리우던 고대 도시이다.

우즈벡 사람들 콧대를 높인 티무르 제국은 몽골 제국을 이어받아 14세기 후반부터 15세기말까지 중앙아시아 대부분을 짧은 기간 지배했던 국가였다.

1220년 징기스칸의 침략으로 사마르칸트의 옛 흔적들이 모두 사라지고 지금의 모든 유적지는 티무르 제국 이후의 것들이다. 가장 번성했던 당시의 사마르칸트는 중국의 장안, 튀르키예의 콘스탄티노플과 함께 세계 3대 국제도시로 불렸다고 한다.

티무르(1336-1405)는 징기스칸의 방계 혈통으로 사마르칸트 인근의 계슈에서 출생했다. ‘Amir’는 ‘지배자’의 뜻, 티무르는 알렉산더 대왕, 징기스칸에 이어 세 번째로 실크로드를 지배하는 대제국을 건설하여 국민들 숭앙의 대상이다.

1404년에 건립된 그의 영묘에는 스승(맨 위쪽), 티무르(중앙 검은색), 아들과 손자(양쪽 옆)의 묘소가 있다. 중앙아시아 최대의 국제관광지로 이름난 레기스탄 광장 규모는 그들이 내놓고 자랑할만 하다. 넓게 자리 한 공원의 심장부는 역시 푸른색 색채가 두드러진 모스크 집단이 본부가 된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울루그벡, 틸라카리, 쉐르도르 등 세개의 마드라사(이슬람 신학교)가 결합하여 장관을 이루고 웅장한 모습으로 관광객을 맞아 빛을 내고 있다. 오전 장거리 열차 이동은 발길 내딛기를 무겁게 끌어 당겨 진짜 명승지는 내일 몫으로 남겨둔채 석양 빛을 뒤로 하고 사마르칸트의 저녁으로 숨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