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旦의 우즈베키스탄 - 제5신

중대 고도 사마르칸드에서 고대 고도 부하라로 고속열차로 이동 중 보이는 주변 경관은 어디를 둘러봐도 막힘없는 탁 트인 끝없는 평원이다. 자연이 만들어 준 여건에 순응하는 목축 위주로 삶을 이어가던 부족들이 15세기 힘찬 부상과 함께 세웠던 샤만국 시절 수도였고, 일찍부터 실크로드의 중심 권역으로 크게 발전했던 부하라로 가고 있다. 이곳은 옛부터 수량이 풍부한 강이 굽이져 흐르고 삶을 영유하기 좋은 여건이 갖춰졌기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도시를 만들었다.
 

고대부터 정착생활에 애착을 갖기 시작한 부족민과 유목생활민 간에 패권 다툼이 자주 있었고 지리적 특성을 잘 활용한 정착집단이 승기를 잡았다는 역사학적 가설에 공감한다. 자연에 순응하는 순한 타지크 종족의 민족적 특성이 불교, 기독교, 마니교, 등 이질적인 종교를 순환적으로 받아들였고 최종적으로 이슬람이 주도하는 혼합적 문화의 토대를 마련했다.

한때 강성했던 지도자 위상도 깊이 남아 있지만 부족 특성이 강했던 소국 지도체제가 근세사에 종말을 고했고, 소련방 일원으로 지내면서 우즈베키스탄의 구성원이 되어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는 인구 28만 명의 중남부 중심 지역이다.

기차역과 부하라 16km는 택시가 30여 분에 달려 안전하게 숙소에 입실, 부하라식 메뉴를 골라 라비하우즈 연못을 바라보며 점심을 즐겼다. 식사 장소가 핵심 관광 명소였기에 일어서니 바로 찬란한 모스크 집단이 눈앞에 버티고 있다. 시내 도처에 깔린 유적 때문에 구시가지 전체가 UNESCO 문화유산으로 등재를 마쳤다니 발걸음도 조심스럽다. 부하라는 산스크리트어로 ‘비르하라’ 즉 ‘수도원’이라는 뜻으로 이슬람 시대부터는 중앙아시아의 이슬람 성지가 되었다. 즉 메카로 성지 순례를 가지 못하는 중앙아시아의 이슬람들은 부하라로 성지 순례를 왔다고 한다.

주변이 온통 유적지라 답사 시작이 쉽지 않지만, 눈에 띠는 전통시장이었다는 토키(Toqi)부터 둘러보았다. 각종 기념품, 카펫트, 실크제품, 귀금속, 보석류에 이르기까지 소규모 점포들이 손님 유인에 들떠 있다. 토키는 낙타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지붕을 높이 만들어 이색적인데, 오늘 시장에서 본 수 많은 점포, 상인들 폼새가 대상의 후예답게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중앙 아시아 권역을 대표하는 이슬람 성지답게 모스크 돔과 돔 사이에 가끔 민가가 끼어 있는 기형 도시구조가 당연한듯 차분하다. 사방에서 코란 외는 소리와 목청껏 드리는 기도 소리가 울려올가 봐 이방인은 어깨가 움추러들며 괜스리 조심스럽기만 하다. 두개의 옥색 돔으로 대칭이 기막힌 미르 아랍 마드라사는 한때 유능한 신학생을 길러내는 신학원이었다. 또한 부근에 있는 칼란 미나렛에는 중앙아시아 최고의 탑으로 높이 47m의 탑이 대상들의 등대 역할을 하고 있다. 너무 높은 탑을 쳐다보던 징기스칸의 머리를 숙이게 했다는 전설이 남아 있기도 하다.

부하라 관광 중심지 연못 주변에 3개의 마드라사가 배치된 중앙무대는 종일 인파가 끊이지 않고 대형 음식점이 자리잡아 소음과 혼란이 엄숙한 모스크, 신학교 분위기를 사정없이 깨트려 버린다. 어두운 숲속에 숨어있는 당나귀 타고 있는 호자 나스렛딘 동상, 청색 일변도 디자인의 예외로 주홍색을 섞어 그린 사람 얼굴이 날아가는 마드라사도 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보호 유물이라지만 아직도 더 세심한 관리와 보존대책이 절실해 보인다. 채색 타일을 이어 부쳐 만든 디자인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떨어지기도 하고 흉물처럼 보이기도 하기 쉬운 재료라 할 수 있다. 부디 정비와 보존상태가 개선되어 귀중한 유적지가 후손에게도 좋은 영감을 줄 수 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