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旦의 우즈베키스탄 - 제9신

부하라에서 타슈겐트로 이동하는데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하거나 고속열차로 이동하는 것이 총 소요 시간이 거의 비슷해 피로도가 쌓이기는 별 차이가 없다. 오후 6시 시내에서 택시로 공항행, 도착 후 무려 4시간 지루한 대합실 및 승강장 대기, 1시간 정도 비행, 11시 도착 다시 택시로 숙소에 오니 12시가 되어 총 6시간을 보낸 셈이다. 고속열차는 5~6시간 앉아 있으면 이동하니 소요 시간상 별 차이가 없다. 그래도 경험 삼아 기치있는 국내 항공여행의 사치를 누려 봤다.

우즈베키스탄같은 개도국에 가면 겉(hard ware)은 그런대로 갖춰졌더라도, 이를 운용하는 내용과 질(soft ware)이 격을 따르지 못해 선진대열에 끼지 못하는 실정을 보게 된다. 도로는 뚫렸어도 교통법규를 잘 지키지 않는 관행을 보게 되는데, 예를 들어 도로에 그득한 차량들이 서로 먼저 가려고 머리만 드리 밀며 자주 크락션을 울리는 비양보 운행 태도는 승객에게 불안감을 가중시켜 얼른 내리고 싶어진다. 그래도 비교적 서로 양보해가며 운전하는 곡예 운전술 덕분에 여행 기간 중 큰 사고를 거의 보지 못한 것이 다행이라 여긴다.

또 하나의 아픈 손가락이긴 한데, 대부분의 여행 국가에서 공기, 물, 쓰레기 등 환경문제가 관리 대상에서 우선시 되지 못해 옥에 티가 되고 있다. 물론 우리도 개발 과정에 있을 때는 환경 문제는 차순위로 밀렸지만, 이들 나라의 현실도 비슷하여 서서히 눈여겨 봐야 할 대상이다. 매연으로 뿌엿게 찌푸린 도심 공기, 담수 호수나 유적지 인공호수 물의 혼탁한 모습, 도로변의 쓰레기 더미, 담배를 피우고 버린 꽁초, 공중화장실 등 환경 당국의 섬세한 손길이 기다려지는 대상이다.

그럼에도 우즈베키스탄 문화와 정이 넘치는 그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마음은 하나도 변하지 않고 더욱 정이 간다. 특히 그냥 지나치거나 마주 치는 국민들 얼굴에서 느끼는 안정감과 가볍게 미소 띈 일상의 모습은 자그마한 흠 정도는 대범하게 넘기는 으젓함으로 깊이 남아 있다.

그만큼 오래 된 된장 맛과 같은 문화의 매력이 더 진하게 풍긴다는 증좌라 여긴다. 하늘엔 상현달이 빛을 더해 가는 가을 쌍십절 날,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레바논축구 승리 등 박수 보내고 싶은 저녁 한때, 지루한 부하라 공항 대기 시간에 떠오르는대로 적어 본 머릿 속 횡설수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