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의 향기로운 名文 (109) 抄集 崔 蘭 奎

且夫水之積也 不厚면 則其負大舟也 無力이라

[독음] 차부수지적야 불후 즉기부대주야 무력
[출전] 장자(莊子)-소요유(消遙遊)

[해석] 그리고 물이 쌓인 것이 두텁지 않으면 큰 배를 뛰울 힘이 없다.

□字義
•且(또 차) 거듭하여
•夫(지아비 부) 여기서는 부사로 쓰였다. ‘또한’
•之(갈 지) 주격조사‘~이’
•積(쌓을 적) 물이 깊고 넓다.
•也(잇기 야) 여기서는 정돈의 의미로 쓰임 ‘이’
•厚(두터울 후) 물이 많다.
•則(곧 즉) 조건과 결과를 나타내는 가정접속사‘~면’
•其(그 기) 관형어로 ‘그’
•負(질 부) 물에 뜨게하다.
•舟(배 주) 배
•力(힘 력) 물의 힘

▶ [어구풀이]
•且夫(차부) 구, 절, 문장을 병렬적으로 연결할 때 쓰는 접속 부사.‘그리고,또한’
•水之積也(수지적야) 물이 쌓인 것이
•不厚 則(불후 즉) 두텁지 않으면
•其負大舟也(기부대주야) 그 큰 배를 뜨게 하는
•無力(무력) 힘이 없다.

▣도움말: 큰 배를 띄울 수 있는 조건을 비유하고 있다.

※이 글의 원문내용
구만리장천으로 비상하는 바람
괸 물이 깊지 않으면(且夫水之積也不厚) 큰 배를 띄울 힘이 없다(則負大舟也無力). 마루의 움푹한 곳에 한 잔의 물을 엎지르면(覆杯水於坳堂之上) 그 위에 검불은 띄울 수 있지만(則芥爲之舟), 잔을 놓으면 바닥에 닿아버리고 만다(置杯焉則膠). 물이 얕은데 배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水淺而舟大也).

바람이 두텁게 쌓이지 못하면(風之積也不厚) 큰 날개를 띄울 힘이 없다(則其負大翼也無力). 구만리높이까지 올라야 바람이 아래에 두텁게 쌓인다(故九萬里則風斯在下矣). 그런 다음에야 붕새는 바람을 타고(而後乃今培風) 푸른 하늘을 등에 지고(背負靑天) 아무런 장애도 없이(而莫之夭閼者) 남쪽으로 날아간다(而後乃今將圖南).

괸 물이 깊지 않으면 배를 띄울 수 없다. 혹 검불나부랭이는 띄울 수 있을지 모른다. 혹 종이배는 띄울 수 있을지 모른다. 배를 띄우기 위해서는 물이 깊어야만 한다. 바람이 두텁게 받쳐주지 않으면 날개를 띄울 수가 없다.

바람의 크기가 문제다. 그것도 도타운 바람, 도타운 수련, 도타운 믿음, 도타운 공부, 도타운 용기라야 한다. 이것이 진짜 바람이다. 대붕이 날개를 솟구치기에 충분한 바람, 그 바람이 없이 무하유지향으로의 비상은 불가능하다. 설령 올랐다가도 추락하기 십상이다.

가까운 숲이나 들로 놀러 가는 사람은 세 끼 식사만 가지고 가도 돌아올 때까지(適莽蒼者三湌而反) 배고픈 줄 모르지만(腹猶果然), 백리 길을 가는 사람은 하룻밤 지낼 양식을 준비해야 하고(適百里者宿舂糧), 천리 길을 가는 사람은 석 달 먹을 양식을 준비해야 한다(適千里者三月聚糧). 매미나 새끼 비둘기 같은 미물이 이를 어찌 알겠습니까(之二忠又何知)? 작은 앎으로 큰 앎을 헤아릴 수 없고(小知不及大知), 짧은 삶으로 긴 삶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小年不及大年). 그것을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奚以知其年也)? 아침에만 피는 버섯은 밤과 새벽을 모르고(朝菌不知晦朔), 여름 한철 사는 메뚜기는 봄과 가을을 모릅니다(蟪蛄不知春秋). 이것이 짧은 삶입니다(此小年也).

구만리장천을 비상하는 바람, 그곳을 떠나 다시 남녘의 하늘 못으로 이동하기 위해 장착해야 하는 바람은 ‘큰 바람’이어야 한다. 긴 호흡으로 날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짧은 호흡으로 가파르게 날아오를 수 있는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이를 무릅쓰고 갈 수 있으려면, 작은 앎(小知)으로는 안 된다. 큰 앎(大知)이지 않으면 어느 곡절에 좌초될지 알 수 없다. 짧은 삶(小年)으로도 안 된다. 신비의 지대를 통과하기 위해선, 느긋하고 여유로운 긴 삶(大年)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앞의 세 단계의 변용을 성취한 대붕에게도 마지막 한 단계가 더 남아 있다. 남쪽하늘의 ‘하늘 못(天池)’으로 날아가는 일이 그것이다.

그곳엔 민중의 바다, 삶이 편만하다. 남녘의 바다엔 비상한 ‘대붕의 하강’을 기다리는 뭇 생명들이 있음이다. 공활한 창공에서 해탈의 자유를 만끽하던 붕새는 이제 자신을 기다리는 백성의 품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 상승은 하강을 부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