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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旦의 조지아-제13신
제 2일차 메스티아 트레킹 코스는 2.400m 앞산 넘어 숙소까지 11km 걷는 길, 약 700m 고도를 오르다가 500m 내려가는 평범한 중간급 난이도로 분류되어 있다. 그러나 아침부터 종일 비가 예보되어 비옷과 보온차림으로 중무장하고 나서니 전장에 출전하는 무사같다. 길을 나서자 마자 시작하는 오르막에서 허덕이다 보니 지리산 종주길 벽소령 거쳐 선비샘으로 향하는 고된 코스가 연상된다. 기왕 나선 김에 가볍게 걷자 맘 먹고 고불 고불 돌고 돌아 고도가 높아지니 그래도 주변 돌아볼 여유도 생긴다. 짙은 먹구름 병풍이 배경 격인 고산을 가려 겨우 걷는 길에만 눈길을 밝히니 한국 지리산 종주하기와 별로 다를 바도 없다.
조지아 메스티아는 고산지대 걷기 코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걷는 길은 폭이 60cm 정도로 일방통행도 살피며 지나게 되니 추월하는 산우들과 미소로 서로 양보해야 한다. 거의 모든 길이 산골 물 흐름 통로로 시작되어 주로 소들이 통행하여 분비물 천지다. 더구나 비가 내려 말라가던 잔재나 신선한 잔재가 다 생동감 회복, 엎어진 팟죽 사발이 되어 발길을 위협하니 시선이 길 위를 벗어날 수가 없다. 오랜 세월 주민들 통행로 역할을 하며 다져젔겠지만 사람 손이 하나도 미치지 않은 자연 그대로 생경미가 넘쳐 걷는 걸음마다 뿌듯한 쾌감이 느껴진다.
해발 1,700m에서 출발한 오르막 강행군이 2,400m 거의 정상 가까운 능선에 이르자, 스키장 케이블카 설비가 외경스럽게 나타나고 정비 잘 된 신작로를 만나니 자연 보존과 이용 간 갈등현장을 보는 것 같다. 정비된 길은 잠시, 다시 본디 걷는 길로 복귀, 해발 2,000m가 넘으니 길가 식물이 제 모습을 찾고 고산 형태를 살리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소들의 자유 방목 한계가 2,000m 선인 것 같다. 코캐시안 산세가 험하고 곳곳에 산사태 흔적이 눈에 거슬려 위험요소가 널려있는 코스 길 관리에도 안전 대책이 요망된다. 이용자들이 미리 알고 조심해야 모든 안전사고가 예방 되겠지만 너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길가 낭떠러지 곁을 지날 때는 오금이 저린다.
우리는 길을 걷는 동안에도 수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곤한다. 특히 갈림 길에서 차분한 판단이 없다면 상당히 우회해야 할 경우도 있다. 우리는 삶에서도 어떤 길을 택할까 선택의 기회를 자주 갖는다. 하루 종일 생각하며 걷는 길에는 쏠쏠한 재미도 있다.
'한 길'을 택하면
보이는 경치는 언제나 같고
'즐거운 길'을 택하면
보이는 경치는 언제나 바뀐다.
'타인'에게 기대하면
안전부절 못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자신'에게 기대하면
두근두근하는 쪽으로 이끌린다.
'나는 안돼'라고 생각하면
장래는 어두운 쪽으로 흐르고
'자신을 위해' 라고 생각하면
장래는 밝은 쪽으로 인도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