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였던 1926년 유한양행을 창업한 유일한 박사는 기업가로서, 독립운동가로서 선각자적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그는 1895년 평양에서 태어나 1904년 아홉 살의 나이에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1919년 미시간대학교 상과대학을 졸업하고, 1923년 미국에서 라초이식품회사를 설립했다. 이어 한국에 귀국하여 1926년에 유한양행을 설립하였다.

1962년에 유한양행은 우리나라 제약업체로는 최초로 상장기업이 되었고, 유일한 박사는 1971년 “내 명의의 주식은 모두 한국 사회 및 교육에 기증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별세했다.

이처럼 유일한 박사는 기업 활동을 통해 축적한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였다. 그는 늘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이며, 개인은 단지 관리를 할 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실천했다. 그가 남긴 “기업의 제일 목표는 이윤의 추구이다. 그러나 그것은 성실한 기업 활동의 대가로 얻어야 한다.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 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말은 그의 경영 철학을 잘 보여준다.

최근 기업의 사명이 이익 창출을 넘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해 관계자들의 성공을 돕고, 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각성이 공감을 얻고 있지만, 유일한 박사는 이미 99년 전에 이러한 기업의 사명에 대한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기업 경영의 선각자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그는 1936년 유한양행을 주식회사로 바꾸면서 주식의 일부를 임직원에게 나누어주기도 했고, 소유 경영이 아닌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는 등 자본주의 체제가 발전되지 못했던 당시 상황에서도 현대적 경영방식을 실천하였다.

뿐만 아니라 유일한 박사는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다. 청소년기 일제 강점이라는 조국 현실을 뼈저리게 목도했던 그는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미국 군사학교에 입대할 만큼 애국심이 투철했다. 유한양행을 민족기업으로 성장시킨 후에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독립운동을 지속했다.

그러나 생전 독립운동 사실을 침묵하며 살았고, 사후에 연구자들에 의해 모든 것이 밝혀졌다.

일제강점기 최후의 작전인 냅코 작전에 참여해 50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군사훈련과 특수 공수 훈련까지 받았다. 그야말로 조국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것이다.

*냅코작전이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인 워싱턴 미국 전략사무국(OSS)에서 일본을 상대로 한 비밀첩보 작전이었다. 일본이 점령하고 있는 한국에 고난도 훈련을 받은 최정예 특수요원들을 투입해서 일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거점을 확보해 일본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극비로 진행된 이 작전의 이름은 냅코 프로젝트(NAPKO Project)였다. 선발 요원은 총 19명이었으며, 이들은 모두 한국인이었다. 1945년 추진된 이 작전은 나가사키,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으로 인해 일본이 무조건 항복함으로써 프로젝트는 해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