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요계에는 예로부터 작곡가와 가수가 호흡을 같이했던 이른바 '영혼의 단짝'이 있어 왔다. 박춘석-이미자, 이영훈-이문세, 오세호-이승환, 길옥윤-패티김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 패티김과 혜은이를 단짝으로 함께 했을 뿐만 아니라 걸출한 가수들을 여럿 배출한 작곡가 길옥윤은 ‘사월이 가면’, ‘사랑하는 마리아’, ‘서울의 찬가’, ‘이별’ 등 3,500여 곡을 작곡한 한국의 전설적인 대중가요 작곡가이다.

서양 음악이 밀려들어올 무렵, 이를 적극 수용하면서 한국적 색깔을 가미한 새로운 형태로 발전시킨 것은 우리나라 가요사의 큰 업적으로 남아 있다.

평양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1948년 월남하여 서울에서 치과전문학교(서울대 치과대학)에 입학한다. 곧바로 치과대 선배인 김영순이 조직한 주한 미8군 공연단의 멤버가 되어 재즈 음악을 접하게 된다.

1950년 초, 동경으로 건너가 오자와에게서 JAZZ 음악과 색소폰 연주법을 배웠다. 6.25 때는 돌아와 군의관으로 참전했으며, 이후 일본에서 주일 미군캠프촌을 순회하는 악단을 조직하며 본격적인 연주활동을 시작했다.

1960년 동경 스윙 오케스트라 악단과 함께 귀국한 그는 현미에게 '내 사랑아'를 주며 작곡가로 데뷔하였고, 패티김에게 '서울의 찬가', '사월이 가면'을 만들어 주며 패티김-길옥윤 시대를 열었다.

가수와 작곡가의 관계에서 부부로 발전한 두 시람은 이혼할 때까지 '그대 없이는 못 살아', '빛과 그림자', '사랑이라는 두 글자', '사랑이여 다시 한번', '이별' 등 불후의 명곡들을 남겼다.

패티김과 이별한 뒤에는 또 다른 페르소나 혜은이와 함께 '당신을 모르실 거야', '제3 한강교', '당신만을 사랑해' 등을 메가 히트시켰고, 이밖에 '별들에게 물어봐'(이시스터즈), '내일은 해가 뜬다'(쟈니리), '나성에 가면'(세샘트리오) 등의 노래가 크게 사랑을 받았다.

1979년 이화여자대학교 출신인 전연란과 재혼했고, 1982년 가요 작가 박춘석과 함께 태양음악주식회사를 창설하였으며, 그 기념으로 길옥윤 전집(LP 2매)을 출반했다.

1983년에는 서울예전(서울예술대) 실용음악과 주임교수로 취임하였고, 1984년에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장에 당선되었다.

1994년 4월 척추 수술을 받았고, 같은 해 6월 18일 SBS TV에서 그의 마지막 콘서트가 방송되었다. 지병으로 부산 동래시민병원에 입원하고 있으면서 '부산찬가' 등을 작곡했으며,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까지 300여 곡을 악보에 기록하였다.

동시대에 활동한 작곡가 박춘석이 트로트 형식의 곡을 많이 만들었다면, 그는 철저히 스탠더드 팝 스타일의 세련된 곡들을 만들었고, 거기에 한국적 정서를 창의적으로 살려내면서 대중가요의 위상과 수준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본인도 음악을 공부하면서 길옥윤이 번역한 <경음악 편곡법>(마츠다 마사 著)으로 화성학을 배웠다. 

서울 세종로 공원에 ‘서울의 찬가’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