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죽음은 너 한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맘 먹지 말고 죽으라.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아마도 이 편지가 이 어미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가슴 절절한 이 편지는 안중근에게 보낸 그의 어머니 조마리아의 ‘마지막 편지’이다. 31살 먹은 아들에게 이 편지를 쓸 때의 어머니의 심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좀체 상상이 가질 않는다.

조마리아 여사는 1862년 황해도 해주군에서 태어나 동갑내기 안태훈과 혼인하였다. 남편 안태훈은 박은식과 함께 황해도 양대 신동으로 불렸고, 개화파 박영효가 일본 유학생에 선발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조마리아와 안태훈 사이에는 안중근, 안성녀, 안정근, 안공근 3남 1녀의 자녀가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독립운동에 헌신하였다.

장남 안중근은 일제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였고, 차남 안정근은 북만주 독립군을 통합시켜 청산리전투의 기반을 확립하였다. 삼남 안공근은 백범 김구와 함께 한인애국단을 운영하며 윤봉길과 이봉창의 항일의거를 성사시켰고, 딸 안성녀는 안중근 의거 이후 일제의 탄압을 피해 중국으로 망명하여 손수 독립군의 군복을 만들었다.

조마리아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자식들을 모두를 조국에 바친 진정한 독립운동의 어머니라 할 수 있다. 자신도 상해 임시정부가 생기자 1920년 상해로 가서 백범 김구의 어머니 곽낙원 여사와 더불어 항일운동을 함께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독립하기 전에는 반장(返葬)하지 말라던 안중근의 유해는 일제가 의도적으로 숨김으로써 지금까지도 그 행방을 알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및 봉환을 위한 70여 명의 국회의원 모임이 발족되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그들을 믿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반장(返葬) : 객지에서 죽은 사람을 그가 살던 곳이나 그의 고향으로 옮겨서 장사를 지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