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旦의 文化都市 조지아의 이노저모(2024.9.9)

시그나기에 올라 오니 가을이 성큼 다가와 옷깃을 여미게 한다.

새벽 14도 썰렁한 기온, 배낭에 개어 지고 다니던 옷 중에서 적합한 긴팔 셔츠와 겉치레를 찾아 입으니 그런대로 적응이 된다. 코카시안 작은 나라마다 고유한 문자가 있고 표기방식도 독특하여 잠시 머무르는 과객들 눈에 얼른 들어오지 않아 맹신세 면하기는 틀린 것 같고 그저 눈에 띄는 간판, 성명, 지명, 음식이름 등 일차 접촉 대상이라도 발음제대로 해 보려면 상당 공력 필요, 영어로 중복 표기한 친절에 감사하는 선에서 멈춰야 할것 같다.

해발 730m 산속에 들어와 보니 주변의 변화가 새 적응을 요구한다. 멀리 가까이 보이는 산악 능선의 모습이 노년기 우리나라 산세와 흡사하다. 키 큰 활엽수, 짓푸른 침엽수 분포가 지리산 속에 앉아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이처럼 산이 수목으로울창하니 골짜기마다 시냇물이 흐르고 평야지대엔 저수시설이 가능, 치수관리가 자리잡으면 원하는 농업 경작이 가능, 부국 강병이 쉬우리라. 외세에 허약했던 중세 영주가 허잡한 성곽을 방어망으로 구축, 건조한 기후 덕에 남아 세계적인 명물이 되었다.

조지아 호국 성인은 성녀 니노, 수호신의 고향, 그녀 시신이 잠들어 있는 곳은 성당, 수도원, 성수 등 모든게 성화가 이뤄진 위대한 정교회 성지로 모든 국민의 순례 숙망 대상지이다. 러시아 압제하 70년, 종교가 무시되던 시대가 끝나자 복원작업, 중세를 이어오는 아름다운 성전으로 다시 태어났다.

특히 하이라이트인 성녀 묘역은 누구나 소원성취를 비는 간절한 기도 도장으로 순서 기다리는 신자들 꼬리가 길다. 8000년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포도주 본산과 니노 성인의 성역으로 시그나기는 분주하다.

늦여름과 바톤 터치가 늦어져 이른 가실 바람은 발도 못 붙이고 문밖 대기중 노크만 요란하다. 낮 기온은 26도지만 고도가 높은 탓에 직사광선은 땡열하고 그늘은 겨우 땀이 가실 정도다. 저지대 마을은 대기권을 둘러싼 부연 연막이 커튼을 내려 윤곽만 잡힌다.

새벽녁, 물론 동트기 몇시간 전이지만 하늘은 투명한 호수처럼 맑고 수 많은 별들이 무대를 점하고 경연을 벌리고 있었다. 서울의 밝은 밤하늘에서는 절대 상상도 못하던 별들의 경쟁 바탕은 어릴적 한 여름밤, 마당 멍석 위에 누워 보던 그모양 그대로 였다.

70년 전 빛나는 별들과 친구 삼던 하늘을 조지아에서 다시 보게 되니, 내 고향에 다시 온듯 포근하고 애절하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