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旦의 조지아 - 9신

가을 맛 보기 참 어렵다. 고산지대 트레킹 마치고 트빌리시 원상으로 돌아오니 다시 28도 늦여름으로 환원, 이방인 느낌으로는 여름으로 되돌아 왔다. 두 도시간에 고도 차이가 있겠지만 고원지대인 스테판츠민다와 수도 사이에는 타국 같은 수은주의 엉뚱한 반응이다. 예보대로 비가 오며 습도도 68%로 습한 지역에서 최고 28도 습도 20%로 걷기에 딱 좋은 날씨를 덤으로 받은 느낌이다. 지난번 체류 중 구시가지 볼거리를 거의 답사했기에, 이번에는 신시가지 위주로 3시간쯤 시내 배회 길을 나섰다.

조지아라는 이름을 갖고 숭배대상이 되는 조지아성인 관련 유물이 자주 눈에 띈다. 자유의 광장 중앙에는 높은 타워가 있고 그 중앙에 황금 조각상이 대표적 위인이다. 조지아왕이 악의 표상인 용을 창으로 격퇴하는 역동적 황금 기마상이 석양에 눈부시게 빛을 발하여 국민들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주변에는 관청, 법원, 박물관, 미술관 등 핵심 정부기관이 줄지어 마치 우리 세종로 같이 무게가 제법 느껴진다. 이곳 관청가는 20여년전 조지아 정치체제를 바꾸는 장미혁명이 일어났던 유서 깊은 발전의 상징이기도 하다.

세종로, 광화문 같은 도심 한 복판에도 이들은 상당한 면적을 시민 공원으로 가꾸어 시민들 정신적 중심과 문화활동, 휴식과 자율권의 모체가 되고 있다. 상대적 가치로 비교하기는 쉽지 않지만 일찍 자리잡은 공간을 훼손하지 않고 새로운 개발 수요를 강 건너 인접한 신도시로 수용, 멋진 볼거리가 발길을 잡고 있다.

우리와 비교가 간단치 않지만 서울도 구도심을 존치해둔 채 강남에 새로운 중심지를 개발한 역사가 있다. 거기에는 아예 차없는 거리를 조성, 인파가 모이는 음식점 가로로 명소가 되고 있다. 동호대교격 다리 전후 길가는 서민들이 모이는 벼룩시장이 길게 자리잡아 동묘거리를 옮겨 놓은 듯 또 하나의 명물이 되고 있다.

자유를 표방하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자유의 광장 한켠에서는 젊은이들이 북적거려 통행이 더딜 정도로 많은 시민들이 저녁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운집한다. 신나는 오디오 음악 소리에 흥겨운 춤이 이어지는 그들만의 잔치가 한창이다. 아직 아날로그 수준을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머지 않아 그들도 디지털 세대로 점프할 것이고 코리안 유명인도 초대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자유를 갈구하는 여러 선인들, 예술가들의 흉상, 동상이 공원마다 주인행세 하며 시민들 마음에 위로가 되고 있어 이색적이지만 복합적으로 볼 때 후진들에 좋은 교훈을 남겨줘 긍정적으로 보인다.